어제 - 아고타 크리스토프

장황한 서사와 수다스러운 인물들에 익숙해 있던 요즈음이었다.
'화성의 공주'를 덮고 이젠 스페이스 오디세이는 좀 쉬어야겠다,고 생각한 직후에
한숨에 읽었다.

군더더기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 여기저기 책소개에 실린 것처럼 - 건조한 문장으로 이루어진 건조하지 않은 글.

지레 멈추었다가 쉬었다가를 몇번씩 반복하면서 어렵게 어렵게 마지막장까지 갔다.
(그럼에도 하루 저녁에 다 읽을 만큼의 분량이다. 적어도 양적으로는 그렇다.)

스물이 되기 전에 남자를 낳은 어머니는, 창녀이며 거지이며 도둑이다.

모든 것이 거기에서 시작된 건 아닐까.
어미가 창녀가 된 이유가 무엇이든, 그 사이에 전쟁이 있었건 말건, 그가 누구를 사랑했건 말건, 누구를 기다렸건 말건,
모든 것은 거기에서 시작된 게 아닐까.

남자가 이십년 (십오년? 언제나 이게 문제. 이름, 시간, 따위를 기억하지 못하는 독서 습관) 내내 기다린 것이,
그의 사랑이었는지,
그의 가족이었는지,
혹은 고향이었는지.

어찌되었건, 결국 그것은 그에게 오지 않았고, 그는 더 이상 글을 쓰지 않는다.

그는 더 이상 글을 쓰지 않는다'는 마지막 장을 읽고, 다시 앞장을 읽고, 다시 그 장을 읽고.

읽는 동안은 몰랐던 서늘함이 한 순간 마음을 흔들어서
한참을 잠들지 못하고 뒤적였다.

충격요법이라도 받은 것처럼
잠재웠던 기억들이 하나씩 다 걸어나왔고,
그립고 안타깝운 마음이 자꾸만 더하고 또 더해져서,

결국은 두 아이의 아빠가 된 그의 모습만 떠올리려고 애쓰면서 마음을 달랬다.

소설쓰기의 작법을 알지 못하는 나는,
이런 이야기도 작가의 설계나 짜임에 의한 것인지 궁금하기도 하고,
그렇다면 적잖이 실망스럽겠지만 (계산이나 의도없이 그저 써내려간 것이면 싶은 마음에) 그래도,
이런 글을 쓴 사람의 마음이, 인생이 궁금하고 두렵고 그렇다.
자꾸 Bjork 이 생각난다.


by nevermind | 2008/11/18 17:57 | 가볍고 느슨한 리뷰 | 트랙백 | 덧글(0)

발산

오랫만에 일요일 밤 심야영화를 보러 갔다.
때 늦은 맘마미아.
관객은 우리 둘.
The winner takes it all 이 끝나고는 워어~ 하면서 박수를 치고,
가사 아는 노래가 나올 때마다 노래방 온 듯 소리지르며 따라불렀다.
좋구나. 스트레스는 사라져줘.


by nevermind | 2008/11/11 20:03 | 사소한 | 트랙백 | 덧글(2)

한 정치인과 도서관

한 정치인과 도서관

지금 바라는 건 그저, 저런 생각을 갖고 있는 도서관장 한 사람,인 우리. 촌동네 도서관 사서들.

by nevermind | 2008/11/08 11:30 | 촌동네 어느 도서관 | 트랙백 | 덧글(0)

그들은 한 권의 책에서 시작되었다 - 정혜윤

非소설은 거의 읽지 않는다.
'생각의 탄생', '미학오디세이' 같은 책을 확신없이 겨우 끝내는 정도밖에 안되니 감히 인문학책을 읽는다고 말할 수 없고,
소로우의 월든 이후로는 차분히 끝장을 덮은 에세이가 없고,
암송할 수 있는 시 한편이 없다.

(열거하다보니, 매우 한심하군)


예외라 할 수 있는 경우의 면면을 살펴보니,
* 누군가의 독서일기 혹은 그의 서가에 꽂힌 책에 관한 책이라면! * 이라는 결론이다.

'그들은 한 권의-'는 이름만 들으면 알 법한 사람들이
되돌아보니 나는 이런 식으로 책을 읽었더군요, 라고 얘기하는 것들을
현직 PD가
딱 방송원고 만큼의 깊이와 진지함으로
묶은 책이다. 사이사이 본인의 코멘터리와 함께.

사서가 이런 책은 무조건 읽어야지 라면서 알라딘 장바구니에 담았다.

역시 나이브하고 나긋나긋한 태도의 저자가 쓴 글은 취향에 맞지 않는다는 걸 확인.
책에 관한 책은 쉽게 풀어 쓴 서지목록을 만난 듯하여 새삼 독서에 대한 의지를 불태우게 한다는 걸 확인.
누군가에 대한 호불호는 그 사람의 책 이야기를 듣고 난 후에도 바뀌지 않는다는 걸 확인.
(임순례편에는 폴 오스터의 '달의 궁전'이 나온다)

그리고,
오스카 와일드와 카프카를 읽어야 겠다는 결심.
























A Woman reading bt a window
Vilhelm Hammershoi
-문소리편-

(책속)
... "하지만 나에게 어떤 책은 그 책을 만나는 순간의 나 자신과 상황과 관련해서 의미가 있어요. 이를테면 존 치버의 단편 <다리 위의 천사>를 아주 좋아하는데 그건 내가 폴 오스터나 레이먼드 카버를 읽었을 대보다 나 자신이 더 불안했다는 의미이기도 해요"
-정이현편-

... 그때그때 벌어진 일의 의미를 해석해내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삶이 해독 불가능한 상태로 변화할 수도 있다는 것에 적대적인 입장을 취하지 않는다는 것일진대, -공지영편-

... '인간의 잘못은 인간의 행위에 있는 것이 아니라 인간이 그렇게 되어버리는 데 있는 것' (오스카 와일드) -공지영편-



. 오바마의 수락 연설은 친구들에게 한번씩 꼭 보라고 권해주고 싶을 만했다.
. 커다란 책상에 레자가 씌워 진 푹신한 의자에 파묻혀 책을 읽을 수 있는 공간을 만들었다. 책읽기에 적합하다.
. 친구들이 많이 보고싶다.

by nevermind | 2008/11/08 11:06 | 가볍고 느슨한 리뷰 | 트랙백 | 덧글(0)

출구를 찾을 수 없을 땐

도대체 어찌 해야 하는 건지,
누가 좀 알려줘요.
이렇게나 반가운 비오는 날인데
마음이 너무 우중충.

by nevermind | 2008/10/22 09:16 | 사소한 | 트랙백 | 덧글(2)

◀ 이전 페이지다음 페이지 ▶